열 살 지역 공동체를 준비하며

열 달 동안 아기를 품고 있다 처음 만난 순간의 기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보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렵고 막막한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잠도 줄이고, 책도 보고, 육아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막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다는 사실과 마주하면 정말 혼란스러워집니다. 부모라는 일이 너무나 힘들게 느껴집니다. 아이 하나만으로 온갖 마음의 격정을 겪었는데 둘째라니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요. 그런 시간에 저는 우리 공동체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잘 키워보자는 마음 하나로 힘을 모았습니다.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큰 아이가 4살이었는데 벌써 12살입니다. 우리 공동체도 8주년을 맞게 되었고요.

아이들이 학습지로 공부를 하고 있는 사진
나 홀로 놀이공원에

올해 돌봄공동체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동안 부모가 주체가 되어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였다면, 올해는 아이들이 운영 회의에 참여하여 의견을 내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며 안건을 모아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조금 특별한 한해였지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그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어른들이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올 한 해를 끌어왔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나 홀로 놀이공원’이라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대중교통을 타고 놀이공원에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 그룹을 만들어주고, 사전 준비를 열심히 했지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소요 시간, 경로, 지하철 노선표 보는 법 등을 학습했지요. 이동할 때 아이들마다 각자 역할을 하나씩 맡아 책임감을 가져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안전과 예절 교육도 빼놓지 않았고요.

엄마들이 아이들과 벼룩시장을 열고 있는 사진 아이들이 쿠키에 아이싱을 그리고 있는 사진

아이들이 ‘나 홀로 놀이공원’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노력하며 돌봄주체자들도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출발지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 지하철표 발권을 돕는 역할, 안전과 예절교육을 다시 한 번 숙지시켜주는 역할, 그리고 만일의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아이들이 잘 하는지 숨어서 살펴보는 역할, 놀이공원 앞에서 아이들이 잘 도착했다고 반갑게 맞아주고 격려해 주는 역할, 놀이공원 안에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 주는 역할, 놀이공원에서 수행해야 할 미션과 인솔을 책임지는 역할, 그리고 활동 후 소감을 나누고 가정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승합차를 준비하는 역할. 아이들이 부모의 품에서 한 발 빠져나와 재미있고 안전한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한마음 한뜻이 되어 도와주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놀며 배울 수 있도록 아이들이 즐거웠던 점, 힘들었던 점, 속상했던 점, 다시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활동 소감을 나눌 때, 이 활동 하나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성장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구나’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하고 계획하는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 성장에 중요한 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기회이니까요. 아이 혼자서는 절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공동체가 아니었다면 어떤 부모도 그런 교육을 시도해 볼 수 없었을 겁니다. 혼자서는 역부족입니다. 내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면 돌봄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돌봄공동체성장사례집 - 개개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