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낳고 함께 기르는 과정을 천천히 생각해 보니, 시작부터 골치가 아픕니다. 남녀의 문화적 대충돌을 시작으로
해서, 과연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두 종족은 왜 만나게 되었을까요? 매일 좌충우돌을 겪다 보니 아이가 생겼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이게 웬걸, 태초의 빅뱅을 매 순간 목격하는 기분입니다. 함께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또 어찌나 복잡하고
까다로운지요. 남녀의 사랑, 사랑하는 아이,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 사람과 사랑이 가져다주는 설렘도 가득하지만 매번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는 순간은 걱정과 불안함의 연속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늘 그렇습니다. 아이가 첫 뒤집기를
하는 순간,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 벅차오르지만, 행여 얼굴을 다치지는 않을까, 돌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어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요. 노심초사하며 오늘도 또 하루를 견뎌내보자 매일 아침 다짐하며
살았답니다.
우리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건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는 커녕
혼자 몸도 건사하기 힘든 제가 이 안에서 제 아이는 물론 모든 아이와 부모의 안녕을 묻습니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요.
아이들을 함께 돌보면서도 머리가 깨어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우리 가족을 넘어 다른 가족들의 생활 방식과 식습관, 육아 방식을 관찰하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한겨울에 맨발로 운동장에 뛰쳐나가기도 하고, 진흙탕 물에 몸을 흠뻑 적시기도 하고, 우리 집에서는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다양한 돌발 행동들, 생활 습관들을 발견하며 절대로 해선 안 될 일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인간의 다양함을 인지하는 순간 아이와 나 자신에게도 좀 더 관대해지며 새로운 사고 회로가 생성됩니다.
우리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하여 양육자들이 책임을 지고 나눠야 할 이야기들은 참 많습니다. 그 다양함을 나누는 자리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다모임입니다. 다모임, 말 그대로 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자리입니다.
양육자들의 참여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다모임의 형식이 올해는 독특합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올해는 작은 것부터 모두가 함께
선택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일정에 대한 논의, 운영
전반에 걸친 고민, 가능한 한 많은 문제들을 다 함께 해결해 보았습니다. 다 같이 모여 대청소를 하기도 하고, 운동장의
풀을 정리하기도, 고장 난 놀 거리를 고치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빌미로 어른, 아이가 한데 어울려 놀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육아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합니다. 구성원 각자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합니다. 물론 긴 회의로 많은 시간이 할애되지만, 개인의 궁금증이나 고민들을 끝까지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서로 간의 차이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2022년 돌봄공동체성장사례집 – 숟가락 공동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