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또래, 일.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초등학교 바로 옆에 군청 사업으로 보금자리 주택이 건축되어 올 2월 10가구가 입주했습니다. 모두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도시에서 온 귀한 가족들입니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전교생 57명 중 코로나 이후 도시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 무려 21명입니다. 시간을 더 앞으로 거슬러 가보면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는 스무명이 채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타지에서 이사 온 아이들입니다. 이들 부모님들이 도시에서의 터전을 버리고 송면리에 모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건 바로 아이가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시골에서 산다고 자연을 더 가깝게 만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오히려 도시 아이들보다 더 고립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도시에는 학원 주위에 상가가 있고 거리는 골목을 품고 있어 아이들의 숨통을 띄우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지방도로를 따라 2~3km에 하나씩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승용차나 학교 버스가 아니면 자기가 사는 마을 밖으로 혼자 나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고학년이 되면 주말에 친구들끼리 시내버스를 타고 20km 떨어진 읍내에 나가서 놀기는 해도 바로 옆 마을에 사는 친구 집에 자기 힘으로 자유롭게 오고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는 곳이 너무 넓은 영역에 띄엄띄엄 떨어져 있으니 아이들은 오히려 섬처럼 단절되기 쉽습니다. 평소 차로만 이동하니 아이들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농로길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이라고 만만할까요? 4월만 되면 농로에 뱀이 돌아다니고, 숲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진드기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을은 속리산 국립공원이 지척에 있어 조금만 가면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이 곳곳에 있지만 뙤약볕 아래 아이들끼리 걸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놀 수 있는지 아이들 스스로 알아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안내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놀아 본 언니, 오빠들이 함께 놀아 주지 않는다면, 도시에서 온 아이들은 낯설고 텅비어 보이는 공간 속에서 그대로 고립돼 버리고 맙니다. 우리 돌봄공동체의 존재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일 하면서 크는 아이

우리 돌봄공동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 또래 관계, 그리고 일입니다.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인정받는 경험이 아이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는 다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돌봄공동체에서 일이란 공동체를 위해 하는 모든 활동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두 명씩 당번으로 배정되어 컵 씻기,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줍기 등 뒷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격주로 수요일마다 30분씩 모든 아이들이 모여 우리들 회의를 합니다. 아이들은 당장 놀고 싶은 마음에 회의 시간에 모이는 걸 아주 귀찮아하지요. 그럴 때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일을 하는 거라고, 우리 돌봄공동체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매번 말해줍니다. 모일 때는 투덜거려도 늘 회의 시간 30분이 모자랄 정도로 아이들은 자기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합니다.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바로바로 반영되어 일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격주로 모둠 청소도 합니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골고루 섞여 평소 당번 활동으로 다 하지 못하는 청소를 합니다.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고 어떤 날은 냉장고 청소, 어떤 날은 창고 정리를 합니다. 5학년들이 모둠장이 됩니다. 6학년들은 우리들매점을 운영합니다. 우리 돌봄 공동체에서는 매주 3,000자람씩 기본소득을 주는데, 이 돈으로 월, 수, 금 3일 운영하는 매점에서 간식을 사 먹습니다. 화, 목 이틀은 매점을 닫고 전체 간식이 나갑니다. 6학년 아이들은 매점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인쇄해서 자르고, 재고조사를 하고, 매대를 정리하고, 직접 물건을 팝니다. 아이들에게 이 모든 일을 그때그때 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리미리 당번인 아이의 그날 활동 동선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거나 잊은 척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일의 중요성을 알기에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돌봄공동체의 중요한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카누 레저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달리고 있는 사진

2022년 돌봄공동체성장사례집 – 솔맹이마을학교자람터